구씨 2

나의 해방일지 - 노동, 식구, 사랑, 이름.

산포에서.. 아버지는 질문 대신 침묵으로, 노동의 시간으로 구씨를 인정해 주었고. 어머니는 손수 갓 지은 밥과 반찬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와 미소로 대접했다. 기정이는 거짓 없이 꾸밈없이 대함으로 오히려 구씨의 존재를 존중했고. 창희는 가랑비처럼 소소하게 구씨를 남자로, 형으로 대하였다. 미정은, 미정은... 모든 어미가 그러하듯 강인하게 조건 없이 안아주었고 사랑해주었고 아껴주었고 지켜주었다. 마치 받는 여자처럼, 그게 어떤 상황이든 조건이든 상관없이 무한의 사랑으로. 비록 인간이지만 신과 같은 큰 사랑으로 그를 추앙하였다. 따지고 보면, 식구들은 이름 없는 구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한 밥상에 앉혀 함께 먹었다. 한마디로 그의 이름이 아닌 존재로 받아준 거다. 그러나 구씨는 스스로 이름을 감춤으로써..

그레이 노트 2022.05.27

나의 해방일지 - 구씨의 구원..

당미역에 급히 내려 죽음을 모면하게 된 것도, 지겹고 의미 없어 욕과 술만으로 폭망 하던 목숨에 추앙으로 봄을 맞자 했던 것도, 스스로 물어뜯길 바랬던 듯 찾아간 들개들을 미친 듯이 쫓아내어 지킨 것도, 사악하고 캄캄한 세계에서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 해방 될 맘을 준 것도, 모두, 전부, 미정, 염미정 때문이었던 것. 미정은 구씨의 구원이었던 것.

그레이 노트 2022.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