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이다.
토요일 하루 장을 보고 그저 집이다. 책과 커피, 음악이면 만족이다.
공지영 수도원 기행 1을 세 번째 마무리한다. 다시 읽으니 다시 새롭다. 책의 묘미.
이십대 끝자락 출판사 시절. 피아노과 동기들과는 다른 선택이었지만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그 땐 직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서점은 내 밀접한 생활전선이었고 때로는 따듯한 벗, 엄마품. 어려운 스승이자 미련없이 떠나버려 영영 아프게만 한 첫사랑 같은 곳이었다.
공지영 작가의 신작이라면. 그녀의 책이라면 늘 나의 가방에 있었다. 책 속 그녀들은 적잖이 위험하고 초라하고 비틀렸기에 그래서 더욱.. 그녀들을 사랑했다. 위로받았고 때론 위로했다.
수도원 기행. 처음 이 책을 집어 들고 한 장 한 장 읽어내려갔을 때의 설렘을 잊을 수 없다.
공지영 작가, 그녀의 글은 숨 쉴 통로였고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 끝 한줄기 빛이었다. 이삼십대에 그녀의 글이 없었다면 깊어만 가던 어두움에 그대로 매장당했을는지도.
돌이키면 아프지만 이제는 웃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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