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노트
잠이 안오는 밤이다.
grey809
2022. 1. 29. 00:56
내일이면.. 시댁에 갈텐데 잠이 오질 않는다.
쳇바퀴 도는 일상. 지겹다고 생각한 수많은 순간들의 나날.
늙으신 시부모님 모습 속에서
내 모습을 돌아보고
늙으신 친정부모님 얼굴에
슬픔에 잠길테지.
시간. 공간. 모든 흘러가는 것들이
고스란히 심장을 두드리는 그곳.
첫사랑이 낡아 바래고 흔적도 없이 우습게 비웃고
어린 시절의 우정은 굳은 살이 내려앉고
모든 추억빛이 희미하게 비릿한 냄새로 코끝을 스치는 곳.
오히려 지겹다 생각한 내 현재의 시공들에 집착이 들러붙어 그곳으로 향할 내일을 밀쳐내느라 끝도 없이 뜬눈으로 보낸다.
그래서 그곳을 가기 전엔 늘 잠을 못이룬다.
수많은 내 기억의 파편, 이야기 페이지들이 그대로 멈춘 곳.
악몽이든 또는 어떤 춘몽이든.
그대로 박제된 교회 앞.
좁은 골목길.
버스정류장.
학교 앞 도로.
어두워진 집앞 가로등. 그리고 너.
우리들의 나란한 걸음.
아프게.
찬란하게.
또 너무나 환하던.
환상과도 같은.
그래서 나는...
잠을 잘 수가.
없.네...